목록천애객(天涯客)/무료분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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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백의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지만 그의 얼굴은 오히려 주자서보다 편해 보였고, 마치 굳은 지 오래인 듯 아무리 가벼운 표정을 지어도 힘들고 괴상하게 보여서 입을 열고 물었다. "너는? 넌 또 뭐지?" 온객행은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자신이 누군지 먼저 밝히지도 않고, 도리어 내가 누구냐고 묻는 거지? 고승은 제자를 이렇게 가르친 건가?" 주자서는 온객행의 힘을 빌려 겨우 자리를 잡았고, 숨을 죽이고 기침을 몇 번하더니 목구멍이 화끈거려 고개를 돌리고 결국 피 한 모금을 내뱉었다. 온객행이 눈앞에서 그것을 보았고, 얼굴이 굳어지면서 낮은 목소리로 욕을 했다. "주서야, 너 바보야? 그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문짝처럼 서서 함부로 만지게 해?" 나도 아직 만져본 적이 없는데—— 그는 한쪽에 서 있는 엽백의를 ..

그러자 온객행이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악담을 퍼붓듯 말했다. "네가 언제 내 일에 참견했지?" 그의 보기 드문 말투는 매우 험악했고, 고상은 약간 멍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큰 대들보에서 뒤집혔고,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온객행을 따라다녔는데, 비록 이 사람이 큰 일에는 두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농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평소 고상이 그와 막무가내로 장난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여태껏 그가 태도를 바꾸는 것은 본 적이 없어 이것이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고상은 조심스럽게 그를 훑어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이건......" 온객행은 입을 다물고 한참 후에야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창문가에 살짝 기대서 찬바..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 꿈은 그렇게나 선명했다. 북풍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도 차가움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그는 이미 그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으며 매우 평온했다. 맥박은 평소보다 조금 느렸으며 해가 점차 인간 세상을 지나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주자서는 이 모든 것을 보며 습관적으로 그 속에서 벗어났고 그 자신을 어떻게 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양심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일을 하며, 사려 깊지 않아야 자신을 미치게 안 할 수 있다. 그는 단지 대경 중흥 강산을 피로 얼룩진 손으로 받쳐 들었을 뿐이었다. 이 성세는 화려하고 넓은 소매와 같았고, 그의 손은 시시각각 그 소매 속에 감추어져 사람들에게 쉽게 보이지 않았다. 이 시대..

녹음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이글이글 타오르며 새들이 지나갔고, 이어진 산들은 미인의 등줄기처럼 끊임없이 기복을 이루며 무궁무진했다. 이곳이 바로 남강이었다. 몇백 년이 안 되는 고목 아래 작은 상이 놓여 있고, 열 살쯤 된 남강의 소년이 그곳에 정처 없이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는 나이가 많지는 않아 보였지만 정력이 충만하여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고개를 들지 않았고 마치 아무것도 그를 방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력 : 심신의 활동력 작은 상 옆에 긴 의자가 가로 놓여있는데 한 남자가 그 위에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고 중원 사람들의 옷차림, 넓은 소매에 긴 옷, 다리 위에는 펼쳐진 낡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남자의 발 밑에는 작은 담비 한 마리가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거들떠보지 ..

그에 대한 온객행의 흥미는 매달려있는 악귀보다 훨씬 커서, 그가 가는 것을 보자마자 즉시 따라갔다. 그런데 아까까지 눈앞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흔들린 후 보이지 않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온객행은 발걸음을 멈추고 많은 사람들 속을 훑어보았다. 주자서는 마치 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진 것처럼 별안간 자취를 감추었다. 온객행은 약간 혼란스러워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달갑지 않게 또 그가 사라진 방향을 정신을 집중하여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그 사람은 뜻밖에도 정말로 이렇게 크게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고 마치 어떤 것이 통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이유도 알 수 없는 분노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구나—— 온객행이 ..

주자서는 즐거움이 부족해 개 머리를 때리는 것을 고사하고 돼지 머리를 때려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가 지금 유일하게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술집을 찾아가 그의 빈 술병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어두운 곳에서 잠을 자고 자신의 머릿속에 가득 찬 홍소가 어떻게 산을 허물어 백사를 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깨끗이 지우는 것이었다. 요령 있게, 조율녕에게 살살 설명했다. "일단은 먼저 우리가 이 아이를 조대협에게 돌려보내는 게 좋겠어." 조울녕이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네, 이 일을 잊고 있었어요." 그는 고개를 돌려 장성령을 바라보았고,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에 이상한 연민의 기색이 역력하더니 한숨을 쉬며 장성령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린 나이에 너를 난처하게 했어. 앞으로는 더..

온객행은 웃는 듯 말할 수 없는 비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그의 검법을 아는 사람이 있었어?" 주자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아무리 천창이라고 해도 빈틈이 없을 리가 없고,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추명검이 사라진 지 20여 년도 지난 일이었고, 지금까지 그 부부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말없이 온객행을 살펴봤다—— 온객행은 불더미 옆에 앉아 어깨를 살짝 구부리고 눈빛은 유유하고 조용하게 장성령을 바라보며 그의 아버지가 그 당시 가르쳐 준 검법을 어설프게 연습하고 있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평화롭고 고요한 모습을 보였는데 정말 주자서 상상 속 온여옥의 부드러운 모습과 겹쳐 보였다. 온객행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그 기장은 무성했..

온객행은 그의 팔에 있는 독혈을 말끔히 빨아들이고 능숙하게 그를 대신해 처리한 후 주자서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더듬어 꺼내 두 알의 환약을 쏟아 하나는 자신의 입에 쑤셔 넣고 다른 하나는 손에 쥐고 방글방글 웃으며 주자서의 입에 갖다 대었다. 음탕하고 성난 목소리로 질질 끌며 말했다. "자, 아서, 입 벌려." 주자서는 그를 물처럼 차가운 얼굴로 바라봤고 온객행은 정력이 넘쳐서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상대방의 시선이 송곳으로 변해도 성벽 같은 얼굴을 찌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장성령을 훑어보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볼 것도 봤고, 뽀뽀도 했는데 뭘 그리 부끄러워해?" 주자서는 손을 들어 환약을 받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온객..

모퉁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마른 남자의 얼굴은 거의 한 번 보면 잊는 얼굴이고 나이를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는 그곳에 얼마나 오래 숨어있었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며 왠지 모르게 사람 더미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면 두 번째 남자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순간 갑자기 솜털이 쭈뼛거리는 전율감이 등뼈를 타고 올라오는데 참지 못하고 이 남자의 걸음에 따라 자신의 자세를 조정하면서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꽤나 경계하며 다시 물었다. "넌 누구지?" 주자서는 의식적으로 고상에게 대답하는 것처럼 '무명의 소졸'이라고 외치려다가 고개를 숙여 장성령의 목에 맺힌 멍을 쓸어보더니 문득 마음속으로 자신이 조정에서 손자인 척하며 이미 반평생을 살았는데, 이..

하늘은 천하의 영웅들이 동정에 모인다고 해서 좋은 낯빛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 날은 흐리고 마치 한 차례의 비가 허공에 깔린 것 같았고, 언제라도 떨어질 준비를 하는 것처럼 어두웠고 쪄진 습기는 사람의 얼굴에 부딪혀서 약간의 서늘함이 있었고, 낙엽은 이미 드문드문 보였다. 이때쯤이면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어딘지 모르는 옛 고향을 한탄했고, 30년은 원래 큰 꿈과 같았다. 고숭은 자목 스님을 상석에 모셔놓고 차례를 지내게 했고, 주자서는 사람들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는데, 옆 소년이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 "언젠가 나는 그와 같을거야." 서초패왕 항우는 시황제의 의장을 보고 입을 열어 말했다. "저것은 취할만하고 대대로 이어간다." 광무제 유수는 어린 시적에도 이렇게 멍청하게 감개무량했던 적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