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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독전갈 본문
모퉁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마른 남자의 얼굴은 거의 한 번 보면 잊는 얼굴이고 나이를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는 그곳에 얼마나 오래 숨어있었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며 왠지 모르게 사람 더미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면 두 번째 남자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순간 갑자기 솜털이 쭈뼛거리는 전율감이 등뼈를 타고 올라오는데 참지 못하고 이 남자의 걸음에 따라 자신의 자세를 조정하면서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꽤나 경계하며 다시 물었다.
"넌 누구지?"
주자서는 의식적으로 고상에게 대답하는 것처럼 '무명의 소졸'이라고 외치려다가 고개를 숙여 장성령의 목에 맺힌 멍을 쓸어보더니 문득 마음속으로 자신이 조정에서 손자인 척하며 이미 반평생을 살았는데, 이렇게 숨어있는 것들과 또 무슨 체면을 차리겠는가?
그의 뼛속까지 유객같이 방자한 행동들은 너무 오랫동안 억눌려져 있는 듯이 보였다—— 주자서의 눈빛이 긴장한 남자들과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을 한 바퀴 훑어보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가 뭐길래, 이 어른이 누군지 알아야 하는 거지?"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는 눈꺼풀이 떨리고, 손바닥이 천천히 소매 속으로 움츠러들었다. 이때 누군가가 그의 손바닥을 볼 수 있다면, 그의 피부에 서서히 오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얼굴에는 핏빛의 점이 있었는데 그 색이 더욱 짙어진 듯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몇 사람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옆으로 살짝 움직여 서로 눈짓을 하며 주자서와 장성령을 가운데 두고 둘러싸기 시작했다.
주자서는 개의치 않고 아무도 없는 듯 몸을 숙여 장성령의 옷깃을 잡고 그를 억지로 바닥에서 들어 올리며 말했다.
"꼬마, 일어나. 이게 무슨 꼴이야?"
장성령은 멍하니 얼굴을 한 번 더 쓴 주자서를 약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참을성 있게 말했다. "대하, 제가 기다린 것은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에게 물어볼 게 있는, 너희 그만둬........."
'오지랖이 넓어'라는 네 글자를 아직 말하지 못했지만, 주자서가 전기처럼 손을 뻗는 것을 보았고 그 붉은 옷을 입은 남자와 똑같은 동작으로 장성령을 유인한 사람의 목을 졸랐다.
그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의 무공은 이미 상당히 약하지 않지만 눈앞에 있는 이 뼈만 앙상한 남자의 모습이 마치 귀신같아 보였고 미래엔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을 알려주듯 가장 약한 부분이 상대방의 손에 쥐어졌다.
조금만 공을 들인 사람도 알 수 있듯 목덜미, 가슴 등 부분이 바로 핵심이었고, 가장 철저히 방어해야 하는 곳이었다. 마음만 먹은 것이 아니라면 무의식적으로 방어해야 하고, 남의 목에 손을 대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대가 너무 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자서는 웃지 않고 입을 열어 물었다. "내가 너의 조상인가?"
그에게 붙잡혔던 그 남자는 먼저 멍해져 있다가, 바로 몹시 화가 나 끝내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욕설을 퍼부을 작정이었다. "너....."
그러나 겨우 한 글자만 토해냈을 뿐, 주자서가 손에 힘을 주자 남자의 욕설은 쉰 날카로운 소리로 바뀌었다. 당황한 가운데 그는 손을 들어 주자서를 향해 가슴을 내밀었고, 두 사람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곡조가 바뀌어 울부짖는 소리만 들렸고, 그는 끝내 상대방이 손을 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두 팔은 관절이 부러져 아래로 처쳤다.
주자서가 또 소리를 길게 빼는 소리만 듣고 조용히 물었다. "네가 말해봐, 내가—네—조—부—인가?"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주자서는 느릿느릿 그를 향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단지 이 짐승에게 물어볼 일이 좀 있을 뿐이니, 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라."
그의 손등에 근육과 뼈가 불쑥 튀어 오르자, 그 남자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더니 움직이지 않고, 죽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주자서가 손을 놓자, 그는 뼈가 없는 것처럼 땅에 주저앉았다.
이와 동시에 두 사람이 동시에 뛰쳐나와 방금 서 있던 장성령에게 달려들어 긴 갈고리를 흔들고 비린 바람을 맞으며 주자서에게 손을 뻗었다.
주자서는 피하지 않고 상상하지 못한 각도에서 발로 걷어찼고, 갈고리를 든 사람의 가슴을 세게 차는 과정에서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한 입의 피를 내뿜으며 날아갔고, 마침 장성령을 기습한 사람에게 부딪혀 두 사람은 박과 같이 굴러갔다.
주자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혐오스럽게 장성령의 뒷목을 들고 마치 고양이를 잡은 것처럼 그를 한쪽으로 던지고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작은 건 방해가 되니 거기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장성령은 몸이 가벼워진 것을 깨닫고 마치 무게가 없는 것처럼 구석에 버려졌다. 그 순간 그는 눈을 약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스승"이라고 소리 없이 두 글자를 토해냈다.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움직이지 않자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주자서에게 달려들었다.
장성령은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보았다. 그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무공일도라고 말씀하신 걸 기억했다. 무공은 사람마다 다르고 반석처럼 단단한 자가 있으며, 태산처럼 견고하고, 매우 맹렬한 자가 있으며 아무리 단단해도 무너지지 않고, 사나운 바람과 세찬 비를 맞는 사람이 있으며 번개처럼 빠르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형체가 있는 무술이며 가장 심한 것은 소리 소문도 없이 있는 것이었다. 말할 수 없이, 얼핏 보면 봄비처럼 촉촉하고 소리 없이 오직 여덟 글자에 귀속되었다. 놀란 듯이 무거운 것을 가볍게 들었다.
지금 그는 '거중약경(举重若轻).'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举重若轻 : 큰일을 가볍게(쉽게) 처리하다
그 사람들은 손에 똑같이 갈고리를 들었고 자세히 보면 마치 전갈의 꼬치 침과 같았고 푸른빛을 띠면서 어딘지 모를 음산한 모습을 보였는데 장성령은 이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악명 높은 '독전갈'로 알려진 이들은 한 무리의 망명객들로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고 돈만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비열하고 추잡했으며 어떻게 해야 사람을 구역질 나게 죽일 수도 있는지 알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은 별로 안 닮았다. 주자서는 발걸음을 크게 움직이지 않았고 나른한 듯 가끔 움직여도 한 걸음 반에 지나지 않았고, 그는 맨손으로 주먹을 날렸으며, 그 몸은 너무 연약하고 뼈가 없는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갈고리를 든 사람들 중에 그의 몸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이렇게 나른한 손발을 걷어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대단함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쳐다보던 장성령의 눈이 점점 커지고 혼란스러웠다.
향을 피울 시간도 안돼서, 13명의 '독전갈'은 이미 모두 쓰러져있었다.
장성령은 그 순간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쥔 채 힘껏 쥐었다. 주자서는 두루마기를 가볍게 털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와 마주 서서, 한참 동안 그를 훑어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네 얼굴의 그 태기를 민간에서는 꼬마 손바닥이라고 부르는데, 설마 네가 바로 그 혜성 같은 희상귀 손정이냐?"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달라졌다.
주자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귀곡에도 귀곡의 규칙이 있는데, 악귀가 되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어서 빛을 볼 수가 없다. 칠월반을 제외하고 나올 도리가 없는데 네가 감히 담도 크구나. 백주 대낮에 감히 동정 땅에서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이를 갈며 말했다. "말이 너무 많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은 이미 핏빛의 그림자로 변해 몸을 업신히 여기고 있었고, 그의 몸에선 말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가득 풍겨, 마치 비린내와 시체의 냄새가 한데 섞인 것처럼 거센 바람이 불어와 사람의 눈으로 잘 볼 수 없게 되었다.
주자서는 갑자기 몸을 쭉 펴며 일으키더니 허공에서 3장 뒤로 날아올랐다.
붉은 색 옷을 입은 남자가 손을 내저으며 사람을 때리지 않았지만 장성령이 똑똑히 보았다. 주자서가 밟았던 바닥에 손바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자국이 생겼고 가을바람에 떨고 있던 작은 풀들이 육안으로 보이는 속도로 시들어 버렸다. 소년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고 이 말은 무서운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정말 전설 속의 희상귀 손정이었다.
목운가와 우천걸을 살해했던.
주자서는 손이 가는 대로 나뭇가지를 꺾고 놓고 가볍게 소리를 지르며 희상귀 두 손 사이에 꽂아 놓고, 그 가지에 있는 가지와 잎이 빠르게 말라죽었다. 주자서는 아무런 표정도 하지 않고 손을 떼지 않고 밀자, 그 가지는 내력에 주입하여 아주 부드럽게 보였다. 희상귀는 순간 그것에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은근히 점착력도 있었다.
너무 놀란 그는 뒤로 물러나려 했는데 주자서의 손발이 그의 아랫배까지 몰아붙였고 희상귀는 공경에 빠진 채 힘을 내어 몸을 돌려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서며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주자서는 그 죽은 기운이 그의 손에 퍼질 것 같은 나뭇가지를 한쪽에 던지고 소매를 살짝 모으며 경건하게 서 있었다.
희상귀는 세상 물정을 잘 알기 때문에 땅에 떨어진 지 반 분의 망설임도 없이 후퇴하는 힘에 의지하여 몇 사람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종적을 감추었다.
장성령이 급하게 말했다. "그가 도망갔어요!"
주자서는 그를 한번 보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자 장성령이 급히 따라가서 소리쳤다. "스승님!"
주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 네 스승이야?"
장성령은 말없이 쫓아가서 그의 팔에 올라앉아 고개를 숙인 채 딱 잘라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은 주숙이고, 대은이시며, 저의 스승님입니다."
그 사람 말고 누가 이런 귀찮은 말투와 마르지만 따뜻한 손, 그리고 귀신같은 경공을 가지고 있을까? 그 사람 말고 누가 그 인산인해에서 홀몸으로 나와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장성령은 그를 그 사람이라고 인정했으니 절대 틀리지 않았고, 주자서는 원래도 적당히 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속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런 어린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교묘한 힘을 써서 그를 뿌리치려고 했다. "너는......."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장성령을 끌어당겨 옆으로 비켜섰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장성령은 찰나의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 자신의 두 팔을 감싸 안으니 잠시 굳어버린 것 같았고 주자서의 차가운 목소리만 들렸다.
"죽고 싶어?!"
한 손을 비스듬히 내려가 기습하려는 사람이 미처 완전히 뛰기도 전에 목이 한쪽으로 기울여졌고 결국 부러졌다.
장성령은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니 기습을 당한 사람은 주자서에 의해 처음으로 목이 졸린 재수 없는 귀신이었고, 이 사람이 신기에 정통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죽은 척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다음 순간에 그는 또 다른 사람에게 들려 한쪽으로 던져졌고, 주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발걸음을 내딛으며 가려고 했고 장성령은 그를 다시 보낼 수 있느냐며 뻔뻔스럽게 쫓아가려 했다.
그러나 그는 단지 눈앞에서 꽃이 피었다는 것을 느꼈을 뿐, 그 사람의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곧 눈앞에서 사려졌다. 장성령은 그의 경공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은 30~40년을 더 연습하더라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몹시 괴로워서 말을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스승님....." 너무 초조해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런데 이때, 가볍게 웃는 소리가 들렸고,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마침 주자서가 가는 길을 막고 손을 들어 그의 허리를 건드렸는데 마치 시각을 쪼개서 방해하는 것 같았다.
주자서는 허공에서 몸을 돌렸지만 왠지 모르게 몸이 나른해지자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의 가슴에 와닿았다.
익숙하고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성인, 스승님, 뭘 그리 서두르세요?"
두 사람이 땅에 떨어지자 주자서는 갑자기 끙끙대며 자신의 오른팔을 안았고, 회색 옷을 입은 온객행은 그의 소매를 사정없이 가로로 찢었다. 마치 자신의 소매가 다른 사람을 물에 빠뜨릴 것 같았는데 그다음 순간 눈썹을 찡그렸다. 주자서의 오른팔에는 두 개의 작은 상처가 박혀있었는데 마치 독충에 쏘인 것처럼 보라색이었다.
온객행이 말했다. "왜 이렇게 빨리 움직이나 했더니, 독전갈에 쏘여서였군."
장성령은 이렇게 나올 줄 몰랐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뒤를 돌아보더니 그들을 습격한 죽은 사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주자서는 미처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온객행은 전기처럼 몇 군데의 큰 구멍을 막고 분부하였다.
"입 닥쳐."
그러고 나서 품에서 자석 하나를 꺼내서 그의 살갗에 박힌 두 개의 쇠털 같은 바늘을 조심스럽게 빨아들이고는 몸을 숙여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입으로 독혈을 빨아 마셨다.
주자서는 순식간에 굳어서 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