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삐 2021. 9. 8. 19:56

주자서는 자정이 지나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 안에서 숨을 가다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놀라서 소리 지르는 게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일어나 창문을 열자 옷이 단정하지 못 한 사람들이 그의 창문 아래로 뛰어 지나갔고 연기가 확 풍겼다.

 

"불이야! 불이야!"

 

차가운 밤에 연기가 자욱해지기 시작했고 불이 난 곳을 그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주자서는 속으로 어차피 여기는 고가장이고 많은 사람이 있고, 이 불을 보면 작지는 않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쓸데없는 짓을 하기도 싫고 또한 약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손을 뻗어 창문을 닫으려 했다.

 

갑자기 한 손이 다가와 창문을 닫으려는 손목을 자연스럽게 비틀고 애매하게 그의 손등을 만지더니 이어 한 사람이 재빠르게 창안으로 뛰어들어 주자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창문을 닫았다.

 

주자서는 온객행이라는 불청객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야 말을 하려다가 코가 가려왔기에 고개를 돌려 재채기를 크게 하고는 체면도 없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느 연지 곤지 가루 더미에서 굴러 나온 '고소한 과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온 대선인을 쳐다보았다. 묶지 않은 머리는 머리끈으로 굵게 묶었고, 비록 옷은 흐트러진 것은 아니지만, 열린 옷깃은 새하얀 옷깃과 하얀 옷깃에 살짝 은홍색 소미가 들썩거리면서 나오는 매운 향분 냄새, 손목에 애매한 손톱이 긁힌 흔적까지..... 그리고 그 표정은 흔들렸고, 나는 그가 잠자리에 든다는 것을 남들이 모를까 두려웠다.

 

주자서는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옷깃을 여미고 단정하게 앉았고, 어떤 도덕적 우월감이 저절로 생기는 순간, 그는 온객행에 비해 자신은 경솔하게 웃지 않는 정인 군자라고 느꼈다.

 

온객행은 그의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이불이 시린 것을 보니 이 방의 주인은 일찍 일어난 것을 알아채고 입을 벌리고 말했다. "점잖은 척하지 마, 내가 생각하건대, 넌 한밤중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외로워서인가? 진작 말했으면 같이 가자고 했을 텐데....... 동정, 쯧, 동정은 정말 좋은 곳이야, 훌륭한 인재들도 많이 배출되고 인물들도 좋은 곳이야."

 

주자서는 조용히 웃으며 더 이상 점잖은 척을 하지 않고 그도 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남이 진지하며 반드시 진지해지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진지해졌다. 마치 사람들에게 '겉과 속이 다르다.' '도색 엄숙(道貌岸然)' '말끝마다 인의도덕을 말하지만, 속은 온통 비열하다'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았다.

道貌岸然 : 표정이나 태도가 위엄 있고 엄숙하다 (풍자적인 의미를 많이 내포함)

 

온가는 김에 온객행을 한 번 보고 느릿하게 말했다. "온 형은 나가는 시간을 잘 골랐네. 당신이 먼저 떠나자 바로 불이 나고........"

 

그는 한마디 말도 끝나기도 전에 온객행의 얼굴빛이 갑자기 새파랗게 질리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헛소리, 내가 떠난 지 몇 시간은 지났거든!"

 

주자서는 당황하여 그가 무엇에 화가 났는지 알지 못하고 온객행이 호의를 갖지 않고 그를 위아래 훑어보는 것을 보고 얼굴에 노기가 가시고 다시 옹졸한 웃음을 지었다.

 

"아서야, 이게 변덕스럽게 화를 내는 거니, 네 얼굴의 반들반들한 것을 씻으면 내가 보여줄게..... 시간은 길지 않아."

 

그는 말이 끝나자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어 자신의 입술을 문지르고 혀를 내밀어 입꼬리를 핥았는데 마치 무언가를 음미하는 것 같았다.

 

주자서는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멍하니 빈 잔을 입에 대고 마시려고 하다가 한참 동안 아무것도 쏟아지지 않자 비로소 잔에 물 한 방울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온객행은 흥겹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 사람의 실제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어굴이 빨개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기뻤고 '피식'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주자서는 이를 악물고 목구멍에서 몇 글자를 짜냈다. "불민에 삼가 드립니다."

불민 : 둔하다, 어리석다

 

온객행은 어깨를 으쓱하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지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불이 난 곳에 쏠려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녀석은 틀림없이 찍었을 것이다—— 남의 집에 불났는데 이렇게 웃어? 주자서는 '부도덕'이라는 말은 온객행을 위한 맞춤형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일어나서 흩어진 머리를 빗어올린 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차라리 밖에 나가 연기에 그을리고 불에 타는 것이 누군가와 함께 방에 있는 것보단 나았다.

 

불길은 이미 거의 진압되었다. 불이 난 곳은 고씨 집안의 객실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밤에는 고씨 집안의 모든 살아있는 물건들이 모두 놀랐다. 미간을 찌푸린 고숭은 창백한 얼굴로 등관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고소령도 옆에 있다가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듯이 말했다. "정말 미안해 주형, 이런 일이 생겨서 당신의 꿈을 방해할 줄은 몰랐어."

 

주자서는 그녀에 대한 인상이 상당히 좋아서, 웃고는 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누가 방에서 불이 났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온객행이 겉옷을 하나 들고 그의 방에서 나오더니 손을 뻗어 장포를 주자서의 몸에 편 후 턱을 그의 어깨에 대고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잠에 취한 눈으로 고소령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고소령의 얼굴은 바로 붉어졌고, 너무 바쁜 나머지 예의를 차리지 않고 한쪽으로 눈을 돌리며 매우 빠르게 말했다. "그 장 씨 집안의 막내 도련님이라고 들었는데 다들 괜찮아요. 그는 오늘 밤 아버지와 조 씨 아저씨와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사랑방에서 쉬었는데.....

 

불쌍한 아가씨는 두 눈을 휘휘 돌려서 온객행이 주자서의 허리를 굽힌 팔뚝과 손목에 난 자국을 힐끔거리는 것을 보았고 얼굴이 더욱 빨개져서 얼버무리면서 말했다. "아버지께 가서 장성령을 보고 올게요."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주자서는 그제야 손을 뻗어 온객행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그의 손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냈다. 뼈에서 '응애응애'하는 소리가 났는데 이를 악물고 있는 그의 표정과 잘 어울렸다.

 

온객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서, 네 제자는 괜찮다잖아. 왜 나한테 정색을 해?"

 

주자서는 손목을 놓지 않고 손을 들고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훑어보더니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온객행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느 미인의 손톱이 이리 매서운지, 온 형에게 이렇게 남겨주었네요..... 예쁜 흔적? "

 

온객행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서야, 지금 질투하는 거야?"

 

주자서가 말했다. "널 잡아먹으려고."

 

온객행은 그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치 뜻밖의 기쁨에 빠진 듯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좋아, 방으로 가자. 마음대로 먹어. 몇 번이고 먹어도 돼."

 

누군가가 이렇게 항상 파렴치할 줄이야. 주자서는 웃지 않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온객행의 손목을 그의 품으로 던지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장성령을 돌아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장성령의 방에 아무 이유 없이 불이 날 리가 없었고, 이 한밤중에 온객행은 또 어디 갔을까? 또 왜 자신을 이용해 고소령의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걸까?

 

이때, 온객행은 갑자기 아주 가볍게 그의 뒤에서 한마디 물었다. "아서,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나는 네가 한밤중에 자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너 설마......."

 

주자서는 눈동자를 살짝 움츠리고 무표정한 모습이었지만 발걸음은 참을 수 없었다. 

 

그가 계속 이어 말하는 것이 들렸다. "홀로 빈 집을 지키는 것이 너무 외로워서 뒤척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

 

주자서는 마치 온객행 온객행이 하는 말이 아니라 헛소리 취급을 하며 자기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를 피했다.

 

온객행은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수개월 만에 수척해진 장성령을 멀리서 바라보며 소년의 키가 조금 큰 것 같았고 얼굴은 창백하고 죽은 사람처럼 입을 굳게 다물었다. 눈은 검고 밝았으며, 약간 억척스럽고 답답해 보였고 온몸이 불이 붙인 듯 울기만 하던 토끼가 갑자기 태워져 늑대 새끼가 돼버렸다.

 

온객행은 이 녀석이 확실히 장가의 자식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웃으며 입을 벌린 채 장성령 쪽을 항해 소리 없이 말했다. : "조심해라 이놈아."

 

다음날 온선인은 장성령이 온 후부터 집에서 잘 나가지 않던 '주성인'이 아침 일찍 자취를 감춘 것을 발견했고 집안에는 이미 아무도 살지 않은 것처럼 가지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자서는 자신이 왜 이른 아침부터 장성령 새끼를 몰래 따라다니는지 모르고 혹시 몰라 일부러 □□ 찾아가 한 번 더 가공된 자신의 가죽을 덧씌웠다.

 

그는 사람들 속에 숨어 있으면 마치 종적을 감춘 유령 같았고, 아무도 이 옅은 색의 옷을 입은 낯선 사람을 알아채지 못하고 한번 보면 잊어버리고는 그가 사람의 눈꺼풀 아래로 걸어가는 것은 바람보다 더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 수 없었다.

 

주자서와 장성령은 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이른바 무림의 잔치를 보면서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분에 찬 입장을 표현했고 가장 입장을 밝힐 자격이 있는 그 아이는 그저 옆에서 묵묵히 이 모든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모든 사람의 얼굴을 진실하게 비췄다. 주자서는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날의 어두운 땅굴에서 그가 본 복숭아나무 아래에 서 있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진 청년이었다.

 

아득한 하늘.

 

어릴 적 일이 어렴풋이 떠올랐는데, 양구소(梁九霄) 저 토끼 새끼는 자신을 사형이라고 불렀고, 그저 앞뒤로 방해가 되었고, 재잘재잘 쉬지 않고 지껄이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이 또 맹해서 그에게 무엇을 가르쳐도 반박자가 느렸다.

 

그때 주자서는 나이가 어리고 인내심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승께서 이 작은 물건을 자신에게 던져 준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웠고 귀찮아서 좋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그는 사형으로서 발작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아 기회를 얻으면 괴상하게 그를 몇 마디 쏘아대었지만, 그 녀석은 오히려 무신경한 것처럼 아무리 몰아붙여도 쫓아내지 못해서 그를 인정했다.

 

다른 사람이 한 번 배우면 양구소는 두 세 번 배우고 모르면 와서 물어봤다. 대사형는 귀찮아하고 몇 마디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양구소는 듣고 있다가 대사형이 화가 풀리면 다시 물었다. 

 

장씨네 그 녀석처럼 개가죽 고약 같은 놈이라 붙으면 떨어지지를 않았다.

 

하지만..... 개가죽 고약같은 놈이 언젠가는 떨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누가 알았을까, 그 당시에 풍광이 넘치던 사계 장주, 천창의 수령이 언젠가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사람들 속에 서서 10대 중반의 아이들을 지켜보며, 그 해를 그리워하고 슬퍼할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