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삐 2021. 8. 29. 20:34

주자서는 '황천'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몸을 돌려 다시 돌아가려고 했지만 자신이 조 씨 집안에서 너무 배불리 먹었던 것을 생각하고는 아무 생각 없이 뛰어내렸다—— 화산은 장문 자체도 좋은 물건이 아니었고, 그의 아들은 청출어람, 좋은 물건은 더더욱 아니었고, 젊은 나이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다가 욕심도 많았다.

 

다시 말해, 사람이 강호에 떠돌아다니는데 어찌 칼에 안 맞을 수 있겠는가. 우천걸의 머리가, 형제가 거미줄에 베였든 그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위에서 온객행의 괴상한 말에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안 좋은 느낌을 받았고, 이 땅굴에선 말할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주자서는 2년 반의 목숨으로 좋은 사람을 많이 구하고 덕을 쌓아 선행을 하면서 삶을 즐기는 것이 비교적 수지에 맞다고 계산했다.

 

바람 잘 날 없는 남자와 남의 묘지 속을 파고들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원래의 길을 따라 돌아가려고 할 때, 갑자기 '삐걱'하는 소리가 나면서 마치 어떤 기계의 스프링을 건드린 듯 작은 구멍이 나있는 사방에서 얼마나 많은 칼들이 나오면서 좁은 길을 가득 메웠다.

 

다행히 주자서는 빠른 속도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허공에서 튀어나온 강철 칼에 양꼬치가 될 뻔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강철 칼들을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온객행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당신, 누구에게 미움을 샀어?"

 

이렇게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온객행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상처 입은 표정을 하며 말했다. "왜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다고 생각해?"

 

주자서는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는데, 그는 자신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황천'을 따라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어 다른 출구를 찾을 수 있는지를 걸어가면서 보고는 물었다. "아니면 나? 나는 처음 강호에 뛰어든 무명의 소졸로, 무엇도 훔친 적이 없고,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산에서 물놀이를 해 본 적이 없는데 나를 못살게 구는 사람이 누구죠?"

 

온객행은 잠시 침묵하더니, 상대방에게 눈을 부릅뜨고 거짓말을 하는 시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한참 만에야 가볍게 말을 하였다. "넌 장성령을 데려다주는 길, 황묘에서부터 모두 32명을 죽였어. 중간에 매음 진송 같은 사람만 4명이 있었고....."

 

"보잘것없어서 가득 채우면 고작 11개밖에 안되죠." 주자서가 말했다.

 

"그날 황묘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당신의 작은 미인의 손에 죽었고."

 

"그러니깐 당신이 틀림없어." 온객행은 자신의 긴 손바닥을 들고는 말했다. "내 두 손은 집을 떠나 강호를 떠돌던 날부터 닭 한 마리도 죽이지 않았는데, 사람에게 어떻게 미움을 살 수 있겠어?"

 

주자서는 귀찮아하며 눈길 하나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온객행이 빠른 걸음으로 그를 따라잡고 그의 앞에 서서 정색을 하며 강조하듯 말했다. "닮지는 않았지만, 난 정말 선인이야."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온 선인, 비키세요, 전 살인마니깐."

 

온객행은 그 말을 못 들은 듯 싱글거리며 말했다. "그 얼굴이 변장한 거라고 말해주면 용서해줄게."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관대하기 짝이 없군."

 

온객행이 말했다. "별말씀을."

 

그 후 주자서는 스스로 그를 돌아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온객행은 혼자 웃으며 그의 뒤를 두 걸음 정도 떨어져 따라갔다.

 

그 황천의 물은 마치 살아있는 물처럼 보였고, 물살이 매우 급했다. 주자서는 돌멩이 하나를 발로 찼지만 그 물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굴곡이 심한지, 물속에 물고기가 있는 것 같았지만 너무 빨리 지나갔다. 주자서는 수영을 잘하지 못하고 기본적으로 물에 빠지면 내력이 깊어 숨을 쉴 수 있지만 한순간에 잠길 수 있기 때문에 물가에서 잠시 관찰한 결과 '황천'에서 멀리 떨어지기로 결정했다.

 

이 땅굴은 마치 사통팔달(四通八达)인 듯, 두 사람의 발걸음과 가끔 말하는 소리가 마치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주자서가 발거음을 멈췄다. "온형, 저기 좀 봐."

四通八达 : 길이 사방으로 통하다

 

온객행은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뜻밖에도 백골이 쌓여 있었다.

 

온객행은 중얼거리며 말했다.

 

"황천길에는 황천의 꽃이 있어야 하지 않아? 사람은 죽으면 혼이 남지 뼈가 왜 있지?"

 

주자서는 손을 뻗어 그 백골 속을 한 번 쓸어 올리더니, 한 손에는 이미 깨진 두개골의 태반을 들고, 한 손으로 손에 들고 있는 불쏘시개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고 말했다.

 

"머리가 깨져서 아래의 등뼈까지 이어지는 곳에서 목이 베인 것 같은데.... 응? 아니야, 상처가 고르지 않고 이빨 자국도 있는데 설마 동물에게 물린 건가?"

 

온객행이 물었다. "오, 한입에 한 사람의 머리를 물어뜯을 수는 있고?"

 

주자서가 대퇴골(大腿骨)을 하나 더 들며 말했다. "잇자국... 잇자국인가, 윗부분의 잇자국은 약간 작고 모양도 크지 않은 것 같은데..."

大腿骨 : 허벅지 뼈 / 넙덕 다리뼈

 

그는 단지 이 잇자국이 낯익은 듯,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검시관 일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한동안 생각나지 않았다.

 

온객행은 약간의 메스꺼움을 느낀 듯 두 손가락을 뻗어 주자서의 손에 있는 대퇴골을 한참 동안 손에 들고 살펴본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건.... 정말 깨끗하고 뜯었네, 내가 닭다리를 먹은 것보다 훨씬 더 깨끗하게 뜯었어."

 

주자서는 나가서 다시는 닭다리를 먹지 않기로 했다. 

 

"무엇이 갉아먹은 것이지? 맹수가 있는 걸까?" 온객행은 생각해보고 물었다. "듣자 하니, 저승에는 요청이라는 거수가 있다고 하던데, 대식가에다가 고기를 좋아한다지?"

 

——그는 귀신 이야기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주자서는 거짓 웃음을 짓었지만, 고기를 보고는 웃지 않으며 말했다. "온형, 백 년 후에 내려가서 물어봐도 되니깐......"

 

그의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뒤에서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땅굴과 '황천' 옆에 있으니 그야말로 소름이 돋았고, 주자서와 온객행은 동시에 몸을 돌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강물을 경계했다.

 

온객행이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내가 들었을 땐, 황천의 물속은 알아볼 수가 없고, 이렇게 많은 곳은 없었어."

 

강에서 많이 올라왔다..... 마치 사람의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도 않았다. 팔다리는 유난히 길었으며, 몸은 아주 왜소했고, 온몸이 빨갛고 살가죽은 물에 의해 창백해져 있었다. 긴 머리에다가 몸은 기형적으로 넓었고, 마치 정상인의 두 세배인 것 같기도 했지만 눈은 유난히 밝았고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이면서, 천천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주자서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가볍게 자신의 손목을 한 입 베어 물고는 가늘고 얕은 잇자국을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온객행에게 말했다.

 

"생각났어, 그 작은 잇자국은.......... 예....."

 

온객행은 뒤로 물러나면서 물었다. "뭔데?"

 

"사람"

 

온객행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헛기침을 하면서 멈춰 서서, 옷소매와 머리카락을 모두 안고, 천천히 다가오는 괴물들에게 주먹을 꽉 쥐며 다가갔다.

 

"여러분.... 인형(仁兄), 우리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이곳에 뛰어들어왔고 무례의 뜻은 없으니....."

仁兄 : 벗에 대한 높임말. 

 

주자서가 큰소리로 '피식'하고 웃자, 사람으로 의심되는 괴물이 입을 벌리고 음산하게 울부짖으며 온객행에게 덤벼 들었다.

 

온객행이 괴성을 질렀다. "나 아직 얘기 안 끝냈어." 

 

몸은 힘없는 잎사귀처럼 가볍게 옆으로 세 자나 되는 거리를 날아가 그 괴물을 지나가게 했다.

 

괴물의 동작과 반응은 매우 빨랐고 방향을 바뀌어 뒤쫓아왔다. 발톱을 내밀어 마치 차가운 빛이 비치는 것처럼 바닥을 긁혀 두 치가 넘는 깊은 흔적을 남겼다.

 

주자서는 웃으며 말했다. "왜, 온형, 말이 안 통해?"

 

괴물의 포위 공격이 시작되었는데, 주자서는 이것을 사람으로 볼 수 없었고, 그 몸은 놀라울 정도로 튼튼하고 파괴력이 있으며 동작이 매우 빠르고 힘이 세며 게다가 아픈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주자서는 괴물의 가슴에 손을 뻗어 단단히 두드리자, 그는 힘을 별로 내지 않고 커다란 돌을 깨뜨릴 수 있었다. 그 괴물은 비스듬히 날아가 별에 세게 부딪힐 줄 누가 알았으랴? 하지만 입에서 비명만 지르고 한참 만에 다시 일어났다.

 

주자서는 내심 놀랐는데. 한동안 이것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옆에선 '뚝뚝'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알고 보니 괴물 한 마리가 그의 뒤를 더듬어 습격하려다가 온객행에게 붙잡혀 목이 비틀어져 있었다.

 

온객행 입으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내가 한번 구해줄게."

 

주자서는 그제야 이 물건의 온몸이 매우 튼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오직 그 목만은 매우 연약한 것 같고,  그 거대한 머리를 지탱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왜 온객행은 이렇게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 한마디를 했다.

 

"대단히 고마워라."

 

또 한 마리의 괴물이 달려들자, 주자서는 몸을 쭉 펴고, 팔꿈치를 굽혀 괴물의 등을 세게 부딪쳤다. 그리고는 손을 굽혀 발톱을 만들어 그 괴물의 머리를 한 번 비틀었다.

 

두 사람은 삼삼오오 닭을 잡듯이 해결했는데, 그런 것들이 아직도 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았고,  뚫어지게 보고 있자니 두려움이 생겼다. 그중 한 마리가 입을 벌리고 다시 한번 울부짖더니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가끔씩 머리를 내밀어 두 명의 기이하고 강한 침입자들을 노려보았다.

 

주자서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 물건 보통은 한 입에 한 사람의 머리를 물어뜯을 수 없는 건가? 보아하니 이곳은 오래 머무르는 것이 좋지 않을 곳인 것 같으니깐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온객행은 한참 동안 침묵하고 나서야 비로소 길을 떠나며 말을 했다. "나 생각났어."

 

주자서는 그가 사람의 머리를 물어뜯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 줄 알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뭐가 생각났길래?"

 

온객행이 말했다.

 

"진짜 가죽은 손으로 세게 꼬집으면 빨갛게 변할 수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없어. 네가 네 얼굴을 꼬집어 보면 나는 네가 손을 댄 적이 있는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주자서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돌아섰고, 자신이 이 물건에게 진지하게 묻다니 머리에 쥐가 난 것이 틀림없었다.

 

온객행은 바짝 따라가면서 말을 했다. "네가 나로 하여금 꼬집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 켕기는 바가 있는 것이야, 나는 네가 손을 댄 줄 알았어! 너무 잘생겨서 색마에게 희롱당할까 봐 겁내는 거야? 안심해 주형, 내 아래는 정인군자야,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내게 여산의 진면목을 보여줘....."

 

주자서가 들은 체 만 체하며, 정력(定力)을 절세하였다.

 

이때, 온객행의 말소리가 바뀌면서 말했다. "하지만 너의 용이한 능력은 정말 괜찮은데, 나는 지금 무림에서 이렇게 실력이 괜찮은 사람이 또 있을지 상상도 못 했어. 설마.... 너 '천창'이려나?"

 

느릿하게 걸음을 내딛던 주자서가 갑자기 멈췄다. 온객행의 웃음은 어두운 땅굴에서 다른 깊은 뜻을 가지게 되었지만, 주자서는 검지 손가락을 세우고 손을 뻗어 그의 발걸음을 멈추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들었어?"

 

두 사람이 조용해지자 어두운 땅굴 깊숙한 곳에서 어렴풋이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주자서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람의 머리를 물어뜯는 거."

 

온객행은 '사람의 머리를 물어뜯는 거.'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두 눈은 그저 생각에 잠긴 듯이 주자서를 쳐다보았지만 이 사람은 방금 한 말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경계만 하며 귀담아들은 그의 눈빛과 표정까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또 한 번 으르렁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번에는 그 물건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처럼 소리가 가까웠고 주자서는 그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던 괴물들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움츠러들었다. 그가 손을 뻗어 온객행을 끌어당기자, 주자서가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걸어가면서 뿌리는 것이 보였다.

 

이어 두 사람은 모퉁이로 물러나 숨을 죽였다.